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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살면서 한국의 가장 그리운 것을 꼽으라 하면 그 중 하나가 기차일 것이다. 작은 간이역까지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정차하여 사람을 태우고 내려주던, 빠르지 않게 달리면서 바람과 바깥풍경을 흠씬 느낄 수 있었던, 그리고 청바지를 입은 대학생들의 통기타와 노랫소리가 간간이 들려오던 7-80년대 낭만의 완행열차 말이다.


 오래 된 영화 해바라기에 보면 소피아로렌이 기차를 타고 남편을 찾으러 오가는 장면이 나온다. 해바라기 밭이 끝도 없는 넓은 평야를 가로지르며 달리던 기차가 그녀의 눈물과 함께 인상적이었다. 미국에 오면 기차는 어디나 있고 기차여행을 하면서 그 영화 장면보다 더 좋은 풍경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상상했던 나의 기대는 달라스에 살면서 무너졌다. 그저 밤에 보면 귀신의 행렬처럼 보이는 시커먼 화물 기차만이 나를 반겨주었기 때문이다. 프리웨이도 못 타고 길치인 내가 어디에 있다 한들 찾아 갈 재간도 사실은 없다. 그래서 내가 다니는 길목을 지나가는 화물열차만 보아도 좋다. 기차 건널목 앞에 정지를 하게 되는 날이면 백량이 넘는 기차를 헤아리며 향수를 달래곤 한다.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기적 소리와는 사뭇 다르지만 그래도 기적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어딘가. 동요에 보면 한국 기차 소리는 칙칙 폭폭, 미국 기차 소리는 츄우 츄우, 일본 기차는 슈뽀 슈뽀 한다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정말 미국 기차는 그렇게 기적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츄우 츄우... 추추...

 지역신문에 모 여행사의 콜로라도 산상 관광열차 여행 광고가 나올 때마다 얼마나 엉덩이가 들썩거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딸내미와 내 학업 스케쥴이 늘 엇갈리다보니 갈 형편이 안 되었다. 그래서 늘 군침만 흘렸다. 언젠가 내가 꼭 니를 타고 말끼다 흑! 하면서.

 

 내가 기차를 좋아하게 된 것은 친구 화선이 때문이었다. 신촌역에서 근무하시는 아버지를 둔 그 친구 덕분에 서울에서 문산 까지 가는 경의선 기차는 원 없이 공짜로 타고 다녔다. 역 이름을 줄줄 외울 정도로 말이다. 지금은 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짚어보면 서울역-신촌-가좌-수색-화전-능곡-백마-일산-운정-금촌-파주-문산 뭐 이 정도, ! 그 통일호의 종점인 문산에는 우리 큰 아버지가 살고 계셔서 놀다오곤 했는데 임진각 식당에서 일하는 큰엄마가 늘 맛있는 것을 해 주시곤 했다. 화선이의 친 할머니는 쪼그만 년이 지 에미 닮아 역마살(驛馬殺)이 꼈나 한시를 집에 못 붙어 있다고 야단을 치셨다. 친구는 엄마가 집을 나간 건 다 호랑이 같은 할머니 때문이라고 말했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 친구는 어디서 살고 있을까? 지금도 기차를 좋아할까? 기차를 보면 나처럼 추억여행을 할까? 갑자기 보고 싶다.

 

 작년에 행사 때문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태풍으로 인해 비행기가 취소되어 말로만 듣던 KTX를 타게 되었다. 기차를 타 본 지가 언제던가! 급하게 끊으려니 자리가 없어서 특실을 끊었다. 달라진 기차 속 문화와 풍경이 놀랍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일반석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특실은 정말 럭져리했다. 비행기처럼 앞좌석 등받이에 책상이 붙어있고, 자리마다 충전 할 수 있는 콘센트가 있고, WI-FI가 되고, 자리도 넓고, 생수까지 공짜로 제공이 되었다. KTX로 인해 일일생활권은 가능해 졌는지는 모르겠으나 기차가 주는 느림의 미학은 느낄 수가 없었다. 빠르게 달리므로 잃는 것도 아마 많지 않았을까? 창밖 풍경을 제대로 음미할 수도, 기적 소리도 들을 수도 없었다. 기차 안의 사람들은 저마다 컴퓨터로 일을 하거나 스마트 폰을 누르느라 바빠서 사람의 온기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모든 게 발전하고 좋아졌는데 뭔가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아무래도 난 완행열차가 체질인 것 같았다.

 

 201383, 드디어 미국에서 기차를 탔다. 산타 바바라에서 열리는 여름문학캠프에 가기위해 LA, Union Station에서 Santa Barbara Station까지 Amtrak이란 기차로 이동을 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이미 업그레이드된 기차를 타 본지라 새로울 것은 없었고 특이한 것은 기차가 이층으로 되어 있더라는 것과 에어컨이 너무 세더라는 것이었다. 내 옆자리에 서울에서 강사로 오신 시인 신달자 선생님이 앉으셨는데 어찌나 추워하시던지 내 스웨터를 아낌없이 빌려 드리고 나는...... 아름다운 산타바바라의 해변을 끼고 달리는 기차와 책에서나 만나던 시인과의 만남이 있어 더욱 좋았던 기차여행이었다. 기차는 추억이다. 그래서 기차를 떠올리면 함께 했던 사람들이 떠오르고 그들과 더불어 추억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워 할 것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다음엔 한국의 추억열차 O-TrainV-Train을 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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