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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보.PNG


우편물을 정리하다 보니 월드비전에서 보낸 청구서가 눈에 띄었다. 그 새 또 한 달이 지났나 보다. ‘Khale은 잘 지내고 있을까? 이제 열 살이니 초등학생일 텐데 거기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학교가 있을까? 할머니는 살아 계실까? 세상에, 엄마라는 사람이 뭐 이렇게 아는 게 하나도 없지?’ 청구서를 받을 때마다 그래도 일 년에 한 번쯤은 아이 소식을 전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관계 기관의 무성의함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Walt Disney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DUMBO’는 서커스단에 소속된 동물들의 일상과 애환, 부모 자식 간의 사랑, 동물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사람들과 서커스를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 등을 풍자하여 보여준다. 남과 다르게 큰 귀를 가져서 놀림을 받던 아기 코끼리 DUMBO가 좋은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도움으로 귀를 날개 삼아 하늘을 나는 법을 터득하여 유명한 코끼리가 된다는 설정을 통해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고,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좋은 영화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페리칸들이 보자기에 싸인 아기들을 입에 물고 플로리다에 머물고 있는 서커스 캠프에 배달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아주 인상적이다. 엄마 기린에겐 아기 기린을, 엄마 캥거루에겐 아기 캥거루를, 호랑이 부부에겐 아기 호랑이를 데려다 주는 것이다. 보자기 안에서 자기와 닮은 아기가 나오는 순간 부모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다음 공연을 위해 다른 도시로 이동할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MRS. JUMBO에게만 아기가 도착하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뒤를 계속 돌아보지만 야속한 기차는 출발을 한다. 뒤늦게 커다란 보자기를 물고 나타 난 페리칸 한 마리가 마침내 달리는 기차 안에 있는 MRS. JUMBO에게 아기보자기를 내려주고 날아간다.

 

월드비젼에 결연 신청서를 제출하고 아이를 기다릴 때의 내 심정이 아마도 MRS. JUMBO와 같았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신청을 한 지인들은 대부분 아이의 신상명세서와 사진이 들어 있는 봉투를 받았다는데 우리만 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체통을 열 때마다 없으니 접수가 잘못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200912, 마침내 우리에게도 서류 봉투가 도착했다. 마음이 두근거렸다. 예은이 동생은 어떤 아이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자기를 풀어보니 거기엔 몸집은 작은데 어마어마하게 큰 귀를 가진 아기 코끼리가 들어 있었다. 동료 코끼리들은 DUMBO가 이상하게 생겼다며 흉을 보았지만 엄마는 아기를 끌어안으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한다. MRS. JUMBO에게 DUMBO는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 그저 사랑스러운 아기일 뿐이었다.

 

Khale도 내겐 그런 아이였다. 봉투를 뜯어보니 Khale은 웨스트 아프리카, 세네갈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6살짜리 흑인소녀였다.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시고 병든 할머니와 사는데 청각장애까지 있어 듣지 못 한다고 적혀 있었다. 구멍 난 티셔츠를 입은 Khale의 사진을 처음 보는 순간 울컥 눈물이 솟았다. 힘들었을 아이의 삶이 사진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하루에 1불을 아껴 후원을 하면 한 아이의 교육과 의료, 먹을 것이 해결되고 가난이란 이름대신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얻어 결심하게 된 결연. 우리는 그날, 아이가 18살이 될 때까지 후원을 해주는 후원자가 아니라 부모가 되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난 4년 동안 우리가 받은 Khale의 소식은 월드비전 직원이 쓴 편지 한 구석에 아이가 그린 그림이 있는 편지 두 번이 전부였다. 선물을 보내도 답이 없고 편지를 해도 답장이 없다. 매달 후원금 청구서와 크리스마스나 생일이면 후원을 더 하지 않겠냐는 편지는 잊지 않고 보내면서 왜 아이 소식은 무심하리만치 전해 주지 않는 걸까? 결연으로 맺어진 가족들이 좀 더 가까워 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서 배려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예인 홍보대사 뿐 아니라 일반인도 결연을 맺은 자녀를 만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을 방송에서 보았다. 아이를 직접 만나 품에 안아보고, 음식을 함께 나누고, 선물을 전해주는 모습을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멀리서 궁금해 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엄마와 헤어져 살던 DUMBO가 생쥐 티모시와 까마귀 형제들의 도움으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것처럼, 우리 딸 Khale도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장애를 극복하여 밝고 예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Khale, 화이팅! 힘내, 그리고 너를 응원하는 든든한 가족이 있다는 거 잊지 마.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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